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가 있는데, 상사가 계속 다른 일들을 추가로 시킨다고 상상해보자. 그것도 계약서에 없던 일들을. 그런데 그 일이 너무 많다고 얘기하면 오히려 '태도가 불량하다'며 패널티를 매긴다면? 더 나아가 '이렇게 하면 계약 연장은 어려울 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한다면? 하물며 고용 연장이 곧 체류 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에서의 일이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억울함을 넘어 막막함을 느낄 것이다.지난 12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국제가사노동자의 날(6.12) 기념 토론회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필리핀 돌봄 노동자(Care Giver)의 목소리'에서 필리핀 돌봄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이들의 '목소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들리지 않는 목소리, 보이지 않는 권리: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지난 4월과 5월, 필자와 필자가 소속된 33개의 이주·여성·노동단체의 연대체인 '이주가사돌봄연대'는 서울시 아이수루 의원 요청으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노동자 21명와 통역인 2명을 만나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연대는 사업 초기부터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인권 보호를 위해 노동 현장 상황을 살펴보려 노력했으나 이들을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주말 휴식을 포기하고 고용업체의 눈을 피해 와야 하는 노동자들과의 인터뷰 성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고, 그렇게 만난 이들은 역시 인터뷰 내내 초조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이렇게 전해진 이들의 노동 및 체류환경은 다음과 같았다.먼저, 이들은 모두 케어기버(Care Giver) 자격증을 가진 돌봄 전문가로 한국에 왔다. 한국의 요양보호사 교육시간(320시간)보다 2.5배 많은 약 800시간의 전문교육을 받았으며, 6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이들은 돌봄 받는 이들과의 의사소통, 의료윤리, 건강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간호의 기초, 기초 약리학, 산모 및 아동, 노인 간호 관리, 영양 및 다이어트 요법, 질병 관리, 비상 관리 및 안전, 임상실습 등의 교육을 통해 아동 돌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저속노화(Slow Aging)’ 열풍이 건강기능식품 업계를 넘어서 식품 산업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지던 노화 관리가 2030세대까지 생활습관 차원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식음료 업계는 혈당 조절과 맞춤형 식단 관련 신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28일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Lime)’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43%가 저속노화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실천 항목인지 묻는 질문에는 ‘식단 조절’이 20.3%로 가장 많았고, 운동(19.6%)과 수면(15.4%)을 앞섰다. 실천 의향도 많아 응답자 절반 이상(53.4%)은 “향후 저속노화 식단을 실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전문가가 등장해 저속노화에 대해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하는 추세다. 저속노화 열풍의 주역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출연하는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이 채널은 2024년 7월 개설 후 약 10개월 만에 구독자 4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 동영상 중 하나인 ‘혈당 스파이크 이야기’는 조회수 120만회를 넘어섰다.업계에선 저속노화가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연령대에 상관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료=롯데멤버스 제공 저속노화 식단의 주요 핵심 내용은 ‘혈당 관리’다. 저속노화 열풍이 불면서 식품업계에선 건강 관리 트렌드가 기존 단백질 섭취에서 혈당 관리로 넘어갔다고 보고 있다.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54%가 식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혈당 관리’를 꼽았다. 과거 주요 트렌드였던 ‘단백질 섭취’(45.9%)보다 높았다. 특히 20대(57.1%)와 30대(62.2%)의 비중이 컸다. 이들은 현미·귀리 등 잡곡류 섭취(55%), 식사 순서에서 채소를 먼저 먹는 습관(40.9%) 등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한 식사 습관도 적극적으로 실천 중이었다.이 같은 흐름은 외식 메뉴 수요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도시락 업체 한솥도시락에서는 메뉴에서 밥 종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 기준 식